교육현장2024 봄호(254호)

[KB 구현을 위한 IB 미리보기Ⅰ]
IB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며 이뤄낸 성장

박광선 (서울윤중초등학교, 교사)

IB와의 첫 만남

“부장님. IB 교육을 학교에 적용해 보는 것 어때요?”
“IB 교육요? 교감 선생님, 그게 뭘까요?”
“여기 공문을 한 번 보세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국제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서울교육 현장에 적합하게 연구하여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것 같아요.”
“IB와 우리 서울교육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재미있겠어요. 도전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공부에 대한 약간의 흥분과 일에 대해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성격이다 보니 교감 선생님의 추천에 덥석 IB 탐색학교를 운영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일단 IB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으니 막막했고, IB가 도대체 뭔지 알아보기 위해 선행연구를 조사하였다.

IB 탐색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IB 교원학습공동체 참여 교사가 10명 내외로 구성이 되어야 하고, 6~7개의 필수 과제를 수행해야 해서 어느 정도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함께 공부할 교원학습공동체 선생님을 모집하기 위해서 학교 내부 메신저로 교육청 공문을 첨부하여 안내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두 분 외에는 큰 관심을 보이는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다. 개별적으로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함께 공부할 것을 권유하여 10명의 교원학습공동체 인원을 채울 수 있었다.

바쁜 상황에서 1년 동안 다 함께 꾸준히 공부하기는 쉽지 않았다. IB 탐색학교 맞춤형 직무연수 기초과정(15시간) 이수를 시작으로 함께 IB교육을 탐구하는 여정을 시작하였다.

IB는 무엇인가

1) IB의 이해

1968년, 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설립되었으며, 이후 IBO는 국제학교에서 운영 가능한 공인된 교육과정으로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개발, 관리하게 되었다(이향근, 2014). 지금의 IB는 IBO와 IB 교육 두 가지를 동시에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IB는 ‘국제적 마음가짐(International-mindedness)’을 교육이념으로 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계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 탐구적이고, 지적이며 배려심이 깊은 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IB는 학교, 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국제적 수준의 교육과 엄격한 평가시스템을 갖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IB는 전 세계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공감할 줄 알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평생 학습자가 될 것을 돕는다(IBO, 2017).

2) IB 프로그램 단계

IB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폭넓고 균형 잡힌 학문과 학습의 경험을 접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IB 프로그램은 개념적 학습(conceptual learning)을 권장하며, 연계성 있는 교육과정 체계를 제시한다. 4개의 IB 프로그램은 3세부터 12세까지의 초등교육 프로그램(Primary Years Programme, 이하 PYP), 11세~16세까지의 중등교육 프로그램(Middle Years Programme 이하 MYP), 16세~19세 진학계 고등학교 형태의 디플로마 프로그램(Diploma Programme, 이하 DP), 직업계 고등학교 형태의 직업 연계 프로그램(Career-related Programme, 이하 CP)으로 연계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IBO, 2017). 이처럼 IB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연령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IB 프로그램의 학년별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학제와 유사하지만, 학교급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국가별로 초-중-고가 우리처럼 6-3-3 학년제의 구조로 되어있지 않은 곳도 많기 때문이다. PYP 만해도 3세부터 12세까지 연령으로 범위가 넓으므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누리 과정부터 초등과정을 아우른다. 예컨대 MYP는 5년 과정으로 개발되었는데, 이를 우리나라 중학교에 적용하려면 2, 3, 4년차 프로그램 또는 1, 2, 3, 4년차를 우리나라 중학교 3년 과정으로 활용하면 된다. DP과정은 2년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연계되어 있는 경우에는 고1에 중학교의 5년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고2, 3학년에 DP 과정을 접목할 수 있다. 또는 고1에는 국가 교육과정에는 있으나 IB에는 없는 교과(기술· 가정 등)를 편성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CP는 DP에서 몇 과목을 이수하고 그 외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직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과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이혜정 외, 2019).

3) IB 학습자상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기 주도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의 4가지 추구하는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IB 교육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학습자상(IB Learner Profile)은 10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4개)과 비교하면 IB 학습자상(10개)의 수가 많지만, IB 학습자상은 좀 더 구체적이고 수업 장면에서 명시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학생과 교사가 학습자상을 이해하고, 적용하도록 하는 데 실제적 기능을 제공한다.

IB 수업 적용

1) 시작하며

IB 탐색학교 공모가 되어 6월에 IB 교원학습공동체 선생님들과 15시간 기초연수를 받았다. 기초연수를 진행한 강사님들도 연수생들보다 6개월 정도 앞서서 스스로 책을 보고 공부한 현직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깊이 있는 교육보다는 IB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이해하는 수준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연수를 마쳤지만, IB 프로그램에 대해 뭔가 해소되지 않은 막막함과 의문이 남아 있었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며 어떻게 IB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기초연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학문적 주제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과, IB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10가지 구체적인 학습자상(Learner Profile Attributes)으로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탐구기반 학습(Inquiry-based learning)을 적용하여 학생들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학습에 책임지는 학습자 주도성(Agency)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IB에서 제공하는 프레임워크를 이용하여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속해서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IB 기초연수를 받고 새롭게 알게 된 IB 탐구 프로그램을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적용해보고 싶었다. 기초연수를 함께 받은 교원학습공동체 선생님들과 함께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선생님들이 IB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느끼지 못한 상태였고, IB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명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IB 형태로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IB에서는 협력하여 탐구프로그램(Programme of Inquiry : POI)을 만들고, 단원 프로그램(Unit of Inquiry : UOI)을 만드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함께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다행히 동학년 선생님들이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5회의 연수 과정(윤중 인스쿨)에서 강사 선생님들과 함께 UOI를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2) UOI 만들기

우리는 UOI를 만들 때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일단 만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UOI를 작성하였다. UOI는 초학문적 주제, 중심 아이디어, 핵심 개념, 관련 개념, 성취기준, 탐구목록을 포함한다. UOI를 만들기 위해서 일단 2학년 모든 과목의 성취기준을 펼쳐서 도달해야 하는 성취기준을 지식과 이해, 과정과 기능, 가치와 태도로 묶거나 2~3가지를 통합 후 유목화하여 분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UOI를 만들 때 사용하는 플래너(Planner)는 UOI 구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버블맵 형태의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이용하였다. 성취기준을 누락하지 않고 위계를 맞춰서 UOI를 만들려면 전 교과 모든 성취기준을 펼친 상황에서 6개의 UOI를 만들어야 하지만, 일단 1개의 단원이라도 짜보자는 마음으로 2학년 통합교과(여름)와 국어과의 성취기준을 엮어서 UOI를 만들었다. 실제로 6개의 UOI를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통합교과와 국어과에서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을 전부 나열하고, 초학문적 주제와 연결 지어서 작업하였다. 그 후에 핵심 개념과 관련 개념을 추출하여 이 단원에서 탐구해야 할 탐구목록을 작성하였다. 탐구목록과 관련 개념을 통해서 중심 아이디어를 한 문장으로 만들고 중심 아이디어를 통해서 학생들이 기를 수 있는 학습자상을 3가지 산출하였다. ATL1은 이 단원에서 기를 수 있는 역량과 관련된 내용으로 3개를 추출하였다. 마지막으로 행동(Action)은 탐구활동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 책임감 있고 사려 깊으며 상황에 적절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나타내었다. 이전 학년이나 전 단원에 배운 UOI는 무엇인지 파악하고, 중심 아이디어, 관련 개념, 탐구 과제, 성취기준 등이 겹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마 혼자 만들었다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누락된 것은 없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학년 선생님들과 협업한 덕분에 2학년 교육과정과 성취기준 전체를 실질적으로 조직할 수 있었고, 이는 상당히 보람이 있고 신나는 활동이었다. 2학년을 마쳤을 때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다음의 예는 IB 프로그램의 POI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설계하는 것이 어려울 때 UOI를 설계하는 나만의 작성 방법의 한 예이다. 이 순서는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다음은 UOI Planner 작성의 예로 초학문적 주제, 중심 아이디어, 탐구목록, 핵심 개념, 관련 개념 학습자상, ATL 일부를 작성하였다.

3) 저학년 학생들과 IB

저학년 학생들과 본격적인 IB 프로그램을 적용하기에 앞서 용어에 대해 이해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초학문적 주제에 나오는 6가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문하고, 세부적인 특성을 배우는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은 큰 전지에 그림으로 나타내고 모둠별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IB 학습자상과 ATL도 몸짓과 그림,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개념 이해 활동을 하였다. 특히 7가지 핵심 개념의 경우 어려운 한자어가 많고,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수업 중에 지속적이고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실질적인 예를 적용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였다. 또, UOI를 기반으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조금씩 볼 수 있었다.

IB 탐색학교 활동에 필요한 예시로 윤중초에서 활동한 2023년 IB 탐색학교 일정을 다음과 같이 안내한다.

마치며

IB 교육을 받은 후 IB 실천 활동을 통해서 20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이나 결과를 가르치는 교육을 해왔다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물론 과정을 중시하고, 학생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이 없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에게 깊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다. 학년 교육과정을 구성하면서 가르칠 성취기준과 단원의 내용과 평가에만 집중하다 보니 1년의 교육과정 동안 아이들의 역량의 도달 여부와 미래 모습을 깊이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 교사 자신의 수업에 대한 평가나 학교·동학년 차원의 수업에 대한 성찰과 피드백이 적었다는 면에서 IB는 교사 본연의 수업에 대해 고민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집단 지성을 통해 다 함께 협력하면서 수업을 설계하고 지속해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배움과 가르침도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상호작용과 협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IB 프로그램은 이런 학교 구성원들의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이 되는 틀(프레임 워크)과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서로 협업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학교에 뿌리내리고 정착할 때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가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다. IB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 자신에 대한 교육철학은 물론 교육의 본질과 교육의 평등·불평등·균형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서울 교육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교직을 마치기 전에 교육철학을 생각하고, 비전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 IB에 대해 도전하기를 머뭇거리는 선생님들은 IB에 대해 알아가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도 IB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리고 이제부터 IB를 적용하여 학교 현장에서 실천해야 하는 큰 과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무척 즐겁다. 교육혁신과 방법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도 속에서 수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IB를 통해 교실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져 삶의 가치를 논하고, 삶의 방향과 철학을 공부하는 즐거운 배움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한다.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하는 IB처럼 교수자 주도성을 발휘하는 교사로 2024년을 설계하고자 한다. 참 행복하다.

 

  1. 학습 접근 방법(Approch to learning : A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