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교과교육

[수업전문가 되기Ⅰ-초등학교 토론]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토론해요

박하나 (서울잠일초등학교, 교사)

국어 교과에서 5~6학년은 ‘비판적 · 창의적 사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토론 단원을 배우게 된다. 또한 과학이 나 사회 등의 교과에서도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는 문제의 발견, 분석, 해결방안 등 자신이 가진 견해를 발표하면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발달시키는 토론식 문제나 활동들이 많다. 실제적인 초등학교의 수업을 생각해보면 매번 토론식 수업이 수업의 어느 부분에서든 적용되고 있다. 이것은 학습자 중심 참여 수업을 기본으로 하는 초등 교실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배움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는 수업을 위해서는 토론 교육이 꼭 필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에게 토론 수업에 대해 물어보면 긍정적인 대답과 함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지금 우리의 토론 수업은 토론 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방법을 익히고 적용하는 데 준비 기간이 길고 사전학습 내용이 많아서 수업을 하기까지 접근이 쉽지 않다. 또한 이기는 토론에 집중하는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토론 수업이라고 하면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주장과 논거를 강조하고 좋은 논거를 잘 주장한 경우에 토론을 잘한 것으로 평가하다 보니 실제 교실 현장에서 토론은 일부 말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자료를 준비해 와서 승패를 겨루는 것에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교사 개입 수준의 모호함도 교사들이 선뜻 토론 수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허들이 된다. 학생이 많은 학급의 현실, 강의 위주의 교실 등의 제약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교사들이 보통 ‘토론 수업은 어렵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토론 수업의 필요성과 장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는 신규교사를 위해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수업 방법을 소개해보려 한다. ‘역지사지’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토론은 균형 있는 시각을 바탕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사는 양측의 자료를 모두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학생들은 찬성과 반대를 둘 다 경험한다. 기초 토론에서 사회자 역할만을 하며 모호했던 교사의 역할이 토론 주제 제시 뿐만 아니라 사실 위주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풍부한 자료 제시까지 돕는 역할로 바뀌는 것이 다. 교사 한 명이 모두 도맡아 하기보다는 동학년 교사들이 모여 2~3인이 공동연구를 하여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을 권장한다. 학생들이 협력적으로 토론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도 같이 논의하면서 준비 자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공존형’이라는 단어는 학생도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사회 문제 해결에 책무성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접 민주주의 제도에서 우리는 선거나 투표를 하는 것 이외에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현안 토론 주제에 직접 의견을 내기가 어렵고 그나마 대중매체나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의견을 듣고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정도로 의견을 표현하는 기회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경우에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맹목적으로 일부분의 의견만을 듣고 편향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관련 지식을 충분히 알아야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공존할 수 있는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느낌이나 개인적 경험 위주의 토론을 지양하고 여러 번 토론이 가능하도록 자료를 검토해야만 공존형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토론이 이루어진다.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모형에는 세 가지 토론 모형이 있다.

이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초·중·고에서 고루 사용할 수 있는 ‘모둠형 토론 모형’으로 수업을 진행해 보았다. 일단 토론을 진행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전 약속과 다짐은 필수이다.

[1단계] 토론 주제 파악하기

논쟁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현안에서 토론 주제를 찾는 것이 좋다. 사회적 찬성 및 반대가 있고, 결정의 결과가 사회 다수에 영향을 미치며,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주제여야 한다. 그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다.

주제와 관련하여 자료와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신규교사들을 위해 수업 설계 안내 및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를소개한다.

[2단계] 1차 자료 분석

교사가 제시하는 자료를 분석하고 찬성과 반대 입장의 주요 근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또한 상대팀의 주장을 반박할 내용을 작성한다.

[3단계] 1차 토론 및 작전 타임

모둠내에서 찬성 팀과 반대 팀 별로 각각 주장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찬성 팀과 반대 팀의 발제를 듣고,각 팀 주장의 단점을 찾아 논박의 내용과 방법을 논의하는 작전 타임을 갖는다.

[4단계] 2차 자료 분석

이 단계에서는 학생이 쟁점과 관련된 자료를 추가로 찾아 분석한다. 입장을 바꾸어 찬반 토론을 하기 위하여 관련 자료를 추가로 조사하는 것이다. 찬성 팀은 반대 측 주장을 하기 위한 관련 의견 및 자료를 조사하고, 반대 팀은 찬성 측 주장을 하기 위한 관련 자료를 조사한다. 자료를 조사할 때는 태블릿이나 책을 주로 이용한다.

[5단계] 2차 토론

1차 토론에서의 입장을 바꾸어 각각 주장을 발표하고 논쟁한다. 1차 토론에서 찬성 팀은 반대팀 입장에서, 반대 팀은 찬성 팀 입장에서 주장을 발표한다. 찬성 팀과 반대 팀의 발제를 듣고, 각 팀의 주장에서 단점을 찾아 논박의 내용과 방법을 논의한다. 찬성 팀과 반대 팀에서 각각 상대팀의 반박이나 질문에 답한다.

[6단계] 모둠별 합의안 만들기

1,2차 토론이 모두 끝난 후, 모둠 구성원은 각자 돌아가면서 주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다. 주제에 관한 모둠원 각자의 의견 및 대안을 요약적으로 적어본다.

모둠 내에서 주제에 관한 의견 중에서 합의 가능한 것과 합의 불가능한 것을 분류하고, 만장일치 할 수 있도록 의견을 조정한다.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여러 가지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토론이 활용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토론은 삶이고 배움 그 자체이다. 특히 역지사지 공존형 토론 수업은 양쪽 모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더불어 의논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이다. 혼자 생각한 것보다 여럿이 이야기해서 나온 결론은 늘 새로웠고 반구성원 모두에게 영감을주었다. 앞으로도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