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교과교육

[수업전문가 되기 Ⅲ-중학교 과학]
학생도 교사도 즐거운,
이런 과학 수업 어떤데?

김나영 (신사중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하여 신규연수를 받던 2월 말, 설레는 마음과 함께 드디어 첫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당장 3월부터 선배 교사들과 똑같이 수업과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어떤 학년의 어떤 수업을 맡을지 이제 막 정해졌는데, 곧바로 1년 치 평가 계획을 제출하고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니 .. 게다가 중학교에 발령받아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분야 모두 다시 공부하고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니 너무 부담이었다.

한 학기, 한 달보다 당장 내일의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항상 마음이 급하고 시간이 부족했던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수업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큰 도움이 된 것은 동료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수업 팁들이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여러 수업 사례들을 보고 내 방식으로 잘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수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공유와 나눔의 중요성을 느꼈기에, 아직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신규교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그동안 내가 즐겁고 재미있는 과학 수업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이 말하고 움직이는 수업

수업 내용을 교사가 잘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수업 내내 교사의 설명만 듣고 있다면 학생들은 쉽게 지칠 수 있다. 학생이 직접 움직이고 말하는 수업을 하면 학생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뿐 아니라 친구들의 발표를 들었을 때 수업 내용이 학생의 기억에 더 잘 남을 수 있다. 평소 수업 자료에도 ‘생각해보기’ , ‘내 의견 표현하기’ , ‘결과 해석하여 문장으로 써보기’ 등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학생이 먼저 주도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활동을 포함하여 만든다.

[사례 1] 과학자가 되어 토의하기

원소설의 변천 과정에 따라 과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보며 어떤 설명이 가장 타당한 것인지 토의해 보도록 한다. 과학은 절대적 · 단정적이 아니라 ‘과학 지식은 변할 수 있다.’라는 과학의 본성을 교과 내용과 연관 지어 맥락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사례 2] 포스터 만들기

‘행성의 물리적 특징에 따라 지구형, 목성형 행성으로 분류하기 / 생물 다양성 보전의 필요성’과 같은 내용은 교사의 설명식 수업보다 학생이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포스터 만들기 활동으로 구성하여 학생 참여형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다른 학생들의 결과물을 보면서 재밌어 하기도 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또래 학습 또한 일어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탐구 실험 수업

과학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탐구 실험이다. 실험 수업을 할 때면 글로만 배웠던 이론이 실제로 적용되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하며 학생들이 직접 관찰, 측정, 예상, 추리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면 좀 더 명확하게 지식을 구조화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렇게 좋은데도 불구하고 사실 학교에서 실험 수업을 많이 하기가 쉽지는 않다. 학생 수에 맞게 실험 도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동료 과학 선생님이나 과학 실무사님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실험 수업을 해보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학생들 덕분에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부분을 신경 써서 계획한다면 쉽게 준비하고 결과도 잘 관찰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실험 수업을 운영할 수있다.

[사례 1] 교과서 실험 수정하기

물질에 포함된 원소의 종류를 구별하는 불꽃반응 실험은 고체 시료를 니크롬선에 묻혀 토치의 겉불꽃에 갖다 대는 예전 방식에서 에탄올 수용액을 솜에 적셔 불을 붙이는 방법으로 개선되었다. 교과서에 제시된 방법 그대로도 좋지만, 목적에 따라 약간씩 수정하여 진행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약품에 다치지 않고, 약품이 오염되지 않게 하며, 여러 반에서 실험할 때 준비 및 정리가 쉽도록 하거나, 시범실험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도 있다.

[사례 2] 미니실험 활용하기

여러 가지 간단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은 경우, 또는 한 시간 동안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싶을 때는 미니 실험을 준비하여 모둠을 순환시키며 진행할수 있다.

기타 실험 수업 팁
TIP 1) 실험 안내서 만들기

몇몇 학생들은 실험 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금방 잊어버린다. 일일이 다시 설명해 줄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그 대신 실험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실험 안내서를 실험대에 비치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TIP 2) 실험 영상 제작하기

다소 위험하거나 결과가 한 번에 잘 안 나와서 학생들이 직접 해보기 어려운 실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실험 (혈액 원심분리, 증류 등)은 미리 제작한 실험 영상을 보여주면 좋다. 교사는 실험을 직접 해봄으로써 정확하게 결과를 지도해 줄 수있고,학생들도 영상 안에서 교사의 모습을 찾느라 더 집중해서 본다. 물론 이미 있는 영상을 활용하여 깔끔한 결과를 보여주는 방법도 좋다.

교과서 밖에서도 재미를 찾는 수업

예상했던 일이지만, 모든 학생이 나처럼 과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과학 과목 자체에 흥미가 없거나, 너무 어려워하거나, 과학 수업을 지루해한다. 그래도 이런 학생들이 꼭 과학을 엄청 좋아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한 명이라도 ‘‘오, 과학 재밌는데? 오늘 수업 한 번 열심히 들어볼까?’’라고 말할 수 있도록 궁금함과 흥미를 유발하는 유인책을 넣고 싶었다. 그리고 과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더 즐겁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소소한 재미 요소를 준비하는 편이다.

[사례 1] 일상에서 소재 따오기

단원의 도입이나 개념 설명의 중간 중간에 학생들에게 친숙할 수 있는 일상 소재를 활용하면 좀 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노래 가사, 광고, 유튜브 영상 등 교과 내용과 연결지을 만한 내용을 다양하게 활용할수 있다. 물론 비유하여 설명할 때는 정확한 개념 정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사례 2] 게이미피케이션 수업

게임은 누구나 좋아한다. 수업을 듣지 않던 학생들도 퀴즈나 게임에는 열을 올리며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마법을 볼 수 있다. 우승 상품으로 간단한 간식을 걸면 더 열정적이다. 게임을 적용한 학습은 본시 학습 정리, 단원 복습, 단원 도입, 짝지어 외우기, 용어 익히기 등 여러 활동에 유용하다. 게임 형태는 보드게임, 주사위 게임, 도둑잡기나 원카드 같은 간단한 카드 게임 등을 교과와 연계하여 변형할 수도 있고, 구글 폼 방탈출이나 경매 게임 등 동료 선생님이나 관련 연수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퀴즈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게임을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자주 사용한다. 이때 열심히 참여하여 정답을 가장 많이 맞춘 1~3위에게 상품을 주고, 10위, 20위 또는 랜덤 순위에게도 상품을 주면 성취도가 낮은 학생도 함께 즐겁게 참여하려는 의지를 높일 수 있다.

Al, 에듀테크와 함께하는 미래형 혼합수업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제는 원격수업이 아니더라도 교실에서 온라인 · 오프라인 도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혼합수업(블렌디드 러닝)으로 수업의 형태가 발전되어 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미래 교육은 이미 현재의 일이 되어 있고, 그 흐름에 뒤처지기보다는 앞서서 시도해보며 선도해 나가고자 했다.

[사례 1] 「디벗」 활용 수업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계획에 따라 2022년부터 중1 학생과 교사에게 1인 1기기가 보급되었다. 학생들이 모두 같은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수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활동지를 종이 대신 PDF파일 등의 형태로 배포하여 터치펜과 자판으로 필기하고 온라인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종이 없는 수업’을 운영했다.

특히 과학과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실감형 콘텐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 많은 자료들이 연구· 개발되어 있는데, 이런 콘텐츠들을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교실에서 바로 수업에 적용하여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학생들도 새로운 방식의 수업과 내용에 흥미로워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자연스럽게 함양할 수 있다.

[사례 2] 메타버스 활용 수업

게더타운, 젭, 위캔버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가상공간으로 학생들을 초대하여 재미있고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사례 3] AI와 과학탐구

요즘은 초등학생도 챗지피티 (ChatGPT)를 알만큼 AI는 우리 생활에 가깝게 다가왔고, 2025년부터는 AI 디지털 교과서도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사회에서 점차 중요해질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과학 교과에 어떻게 적용할수 있을지 수업 중 활동이나 동아리, 주제선택 수업 등으로 연구하고 도전해보았다.

마치며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준비할수록 수업은 잘 굴러간다. 학생이 즐겁게 참여하는 수업은 교사도 즐겁다. 하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 한 배우가 했던 말처럼, 시작은 쉽지 않겠지만 일단 부딪혀보며 해내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혼자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내·외 교원학습공동체, 수업·평가 나눔 교사단, 각종 연수, 과학 교사 커뮤니티 카페 등 많은 곳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수업은 어떨까?’하며 도전과 실패, 성공의 경험을 쌓아 보자. 그러면 신규교사들도 어느새 성장하여 또다른 동료에게 나눔을 하고 있는 멘토가 되어 있을 것이다.